야 너두! 힘들면 전역한 부대 가봐. (feat. 강원도 화천군 사방거리)

2020. 8. 20. 05:40소소한 일상

안녕하세요 혁신남 제이언입니다.

무더위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지치시죠?
저도 그렇습니다만 더욱 힘을 내고 긍정적으로 밝게 지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쳐져있으면 더 힘든 걸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걱정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니까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요?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은 가야 할 군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국방부 시계를 뒤집어도 시간은 간다.' ㅎㅎ

저는 힘들고 지칠 때 한번씩 군대생활을 회상합니다.
어떤 분들은 절대 네버 가지 않고 심지어 그쪽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해됩니다. 저도 나름 어려움을 겪어던 공간이었고 시간이었으니까요.

이상하게도 정말 힘들때 저는 군생활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두번정도 다녀왔습니다.

가서 그때의 힘들고 어려움을 다시 회상하고 심기일전하려고 어려운 발걸음을 했습니다.
저는 이기자 부대 간부로 복무했습니다.
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붉게 물들었을때 제 얼굴은 위장크림으로 검게 물들었죠.

2002년. 죽을 힘으로 군사교육을 마치고 한겨울에 이기자부대로 전입을 갔어요.

이기자부대라고 들어는 봤는데 정확히 잘 몰랐어요.

흔히들 예비사단이라고 하죠. 훈련은 절대 빠지지 않고 정말 많이 했습니다. 

어떤 달에는 일주일정도 부대에서 생활하고 나머지는 야전에서 텐트치고 생활했으니까요. ㅠㅠ 끔찍합니다.

전출을 가기위해 TMO를 타고 춘천역에서 내려 한시간을 버스타고 올라가니 화천군 읍내가 나오더라고요.
거기서 다시 30분을 북쪽으로 올라가니 상서면 마현리 ㅋㅋㅋ 오랜만에 불러봅니다.
사방거리라는 곳이 나오더군요.

사방거리는 사방으로 길이 뚫려있다고 그렇게 불렸다고 들었어요. 

정식 명칭은 상서면 마현리죠.
제이언은 그곳에서 장장 4년 6개월을 살았어요.
국방의 의무를 겁나 춥고 엄청 더운 곳에서 했습니다.

이곳에서 있었던 기억들 모두 생생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듭니다.
맛으로 비유하면 요즘 트랜드인 단짠, 맵짠, 단맵 이런거요 ㅎㅎ

그곳에 가슴 아픈 장소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제가 대대의 군수과장으로 근무 할 때였습니다.
우리 군수 보급관이 있었는데 부대에서 도보로 퇴근중에 교통사고로 쇼크사 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술 한잔 뿌리고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제게는 그래서 사방거리가 의미있는 곳입니다.

그당시 뭐든지 열심히 했던 우리는 전우이자 군수과라는 울타리 속에 항상 임무완수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의 없는 사고로 생사가 갈라져 저는 더이상 보급관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힘들면 보급관에게 하소연 하러 갑니다.
그리고 당신이 못한 만큼 내가 열심히 살겠노라고 다짐하고 옵니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를 했네요.
다행이 그 분은 유공자로 대전 현충원에 계십니다.

힘듦을 죽음과 맞바꾸는 분들을 볼 때마다 이해가 되지만 그 힘듦이 정말 죽음보다 큰 어려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살고자 했던, 하루하루 열정적으로 산 분들도 이렇게 어의 없게 세상을 등지는 일도 있으니까요.

 

자 그럼, 사방거리를 기억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다녀온 곳들 사진 올려 보겠습니다.

 

춘천호 다리와 소양강처녀 동상입니다.

점프 뛰어서 춘천가서 참 술 많이 마셨네요. 춘천에서 유명한 닭갈비에 소주한잔. 죽입니다.

옛 추억 떠오르네요.

 

 

춘천에서 한시간 차를 타고 올라와서 화천 터미널과 화천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터미널이 리뉴얼 했네요. 시장은 그대로에요.

참고로 화천은 겨울철 산천어 축제가 유명합니다. 겨울에는 화천 모텔에 방이 없어요. 

 

 

초원사철탕과 미원사.ㅎㅎㅎ
미원사에서 빨래 맡기고 초원에서 몸보신 했더랬죠.

 

 

화천에서 30분을 올라오니 드디어 사방거리 도착했습니다.

입구에 나름 센스있는 조형물도 만들었네요.

 

 

사방거리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인근에 와수리 와수베가스와 함께 사방베가스라고 불렸죠. ㅋㅋ

거의 그대로 입니다. 안타깝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합니다. 그대로라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식당 경복원 입니다. 중국집인데 삼겹살도 팔아요. 외박 휴가 때는 성황이었죠. 반갑습니다.

 

 

레벤분식 대단합니다. 25년 되었다네요. 여기 감자탕과 함께 계란말이에 소주 참 많이 들이켰습니다.

사장님도 그대로이시고 정겹네요. 

 

 

군인 전용 시설인 백암회관과 사방마트입니다. 백암회관에서 목욕하고 마트에서 음료수 한잔하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사방거리를 떠나며 뒷모습 촬영했습니다.

국방개혁 2.0으로 인해 이기자 부대가 해체한다고 합니다. 인구수가 줄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안타깝네요.

졸업한 학교가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이곳 사방거리 소상공인분들도 타격이 크다고 합니다.

어쩔수 없는 정책이긴 하지만 대책을 마련후 시행하는 것이 수순일 듯 하네요.

저는 힘들때 한번씩 이곳을 떠올리며 견뎌내고 이겨냅니다.

제이언은 이보다 더한 시련이 아직 없었고 이때가 바닥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제이언이었습니다.